넷플릭스 영화 소년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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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소년들」은 1999년 전북 익산에서 발생한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한 실화 기반 법정 드라마로, 무고한 청소년들이 살인범으로 몰려 10년 넘게 억울한 옥살이를 한 실제 사건을 정면으로 다룬다. 한국 사회에서 반복되어 온 공권력 남용, 강압 수사, 그리고 사법 정의의 실패를 드러내며, 단순한 드라마를 넘어 우리 사회의 시스템과 인간의 양심을 묻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다.
억울하게 범인이 된 소년은 진실 앞에 무력한 정의
「소년들」의 중심에는 ‘진실을 밝히고 싶었던 한 검사’와 ‘억울하게 범인이 된 소년들’이 있다. 1999년, 전북 익산의 약촌오거리에서 택시기사가 피살되고, 경찰은 근처를 배회하던 고등학생을 범인으로 지목한다. 하지만 그 수사 과정은 무리수로 가득하다. 정확한 증거 없이 ‘고문에 가까운 강압 수사’로 자백을 이끌어냈고, 이 소년은 결국 10년 이상의 형기를 복역하게 된다. 당시 수사 당국은 실적에만 집착했고, 언론은 의심 없이 받아썼으며, 변호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미성년자는 그저 ‘범인’이라는 낙인을 안고 성인이 되어 출소한다.
영화는 이 과정을 재현하면서도 감정에만 기대지 않는다. 모든 장면이 차분하고 정제되어 있으며, 절제된 감정 속에서도 ‘왜 아무도 이들을 믿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이 울림처럼 다가온다. 소년들의 진술은 너무도 일관되었고, 진짜 범인을 암시하는 단서도 있었지만, 이미 경찰과 검찰, 재판부는 결론을 정해놓고 달려갔다. 이 영화는 ‘진실을 원하는 사회’가 얼마나 드문지, 그리고 ‘한 개인의 인생’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절실히 보여준다.
검사라는 존재의 자각과 진실을 향한 집요한 추적
「소년들」의 또 다른 주인공은 ‘검사’다. 사건 발생 10여 년 후, 지방 검찰청으로 부임된 검사 ‘황준철’(설경구 분)은 우연히 이 오래된 사건을 접하고 의심을 품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단순한 관심이었지만, 수사 자료를 검토하면서 ‘이상함’을 발견하게 되고, 직접 소년을 만나며 그의 눈빛 속에서 ‘거짓 없는 진실’을 읽게 된다. 이때부터 황 검사의 집요한 재조사가 시작된다.
- 과거 수사기록과의 모순
- 사라진 증인
- 경찰의 고문과 폭행 정황
- 진범의 자백까지 묻힌 현실
황준철은 단순히 개인의 의지로 진실을 파헤치는 인물이 아니다. 그 역시 검찰이라는 거대한 조직 안에 있고, 자신의 행동이 ‘상부’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는 그 모든 부담을 감수하고, 오로지 ‘진실’에만 집중한다. 설경구는 이 역할을 너무도 사실적으로 소화해낸다. 큰 소리 없이, 드러내는 감정 없이, 오히려 점점 깊어지는 눈빛과 미세한 표정 변화로 인물의 내면을 전달한다. 황 검사는 실화 속 인물인 ‘김OO 검사’를 모델로 했으며, 영화는 실제 판결문과 기록들을 기반으로 전개되어 그 무게감이 더욱 크다.
영화적 연출과 현실 시스템의 부조리를 직시하다
「소년들」이 특별한 이유는, 이야기의 중심이 ‘범인을 잡는 것’이 아니라, ‘이미 누명을 쓴 이의 인생을 회복시키는 과정’에 있다는 점이다. 많은 영화가 살인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소년들」은 반대로 ‘그 수사가 어떻게 잘못되었는가’를 되짚는다. 이는 매우 드문 시점이며, 그래서 더 큰 긴장감과 진정성을 갖게 된다. 연출은 전반적으로 차분하다. 자극적인 장면 없이, 절제된 카메라 워크와 어두운 색감, 느린 호흡이 사건의 무게를 실감나게 한다.
플래시백을 통해 보여주는 과거와 현재의 교차는, ‘그때’와 ‘지금’ 사이의 간극을 정확히 전달하고, 관객에게 직접 판단할 여지를 남겨준다. 특히 인상 깊은 장면은 소년이 억울함을 토로하며 “전 정말 아닙니다”라고 말할 때, 이를 차갑게 무시하거나 “다 끝났으니 인정하고 반성하라”는 어른들의 태도다. 이 장면은 한국 사회에서 ‘성공한 시스템’보다 ‘회피하는 책임’이 얼마나 만연한지를 보여준다. 감독은 사실적 묘사에 집중했고, 대중적 감정 호소는 최대한 자제했다. 그 결과, 영화는 드라마적 재미보다는 사회적 성찰을 관객에게 요구한다.
‘무엇이 진실인가’, ‘정의는 누구의 것인가’
근본적인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감옥살이를 했던 소년들과 그들의 진실을 위해 싸운 검사, 그리고 이를 외면했던 사회 시스템. 모두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며, 우리는 그 중 누구였는가를 묻고 있다. 이 영화는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그 무채색의 묵직함은 시간이 지난 뒤에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지금 넷플릭스에서 「소년들」을 감상하며 과거의 비극을 기억하고, 앞으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회와 개인 모두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되돌아보길 바란다.